서울 낮 기온이 30.1℃까지 올라 1907년 관측 이래 10월 최고기록을 갈아치운 12일, 전력을 다 쓰고도 남는 발전 여력(공급예비율)은 19%로 내려앉았다. 9월 7일 이후 확인한 확정치 가운데 처음 20% 밑이다. 하루 최대전력은 오후 5시 75,404MW로 아침 전망보다 1,800MW 많았고, 남은 여력은 약 14,300MW였다. 경보 첫 단계 '준비'(5,500MW 미만)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. 비가 온 13일에는 기온이 8℃ 넘게 떨어졌는데도 수요가 꺾이지 않았다. 지붕 위 태양광이 구름에 가리자 그 몫이 발전소로 넘어왔고, 하루 정점은 오전으로 당겨졌다.
30℃ 월요일, 오후 5시의 정점
12일 아침 전망은 저녁 6~7시 최대 73,600MW를 내다봤다. 실제 정점은 그보다 이른 오후 5시에 왔고 75,404MW였다. 9월 22일(76,585MW) 이후 가장 많고 지난해 같은 날보다 3% 많다. 평일 최대전력이 저녁 7시가 아니라 오후 5시에 나온 것은 9월 17일 이후 처음이다. 그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도 19.9℃로 10월 중순 기준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. 냉방이 해 질 무렵까지 이어졌다.
| 항목 | 주간계획 | 아침 당일전망 | 확정실적 | 전망 대비 |
|---|---|---|---|---|
| 최대전력 | 61,200MW | 73,600MW (18~19시) | 75,404MW (17시) | +1,804MW |
| 공급능력 | 88,051MW | 90,983MW (계산) | 89,702MW | -1,281MW |
| 공급예비력 | 26,851MW | 17,383MW | 14,298MW | -3,085MW |
| 공급예비율 | 43% | 23.6% | 19% | -4.6%포인트 |
아침 당일전망의 공급능력은 전력거래소가 따로 적지 않아 최대전력 전망과 공급예비력 전망을 더해 셈했다.
공급 쪽은 거꾸로 움직였다. 그날 돌릴 수 있게 준비된 발전기 출력(공급능력)은 89,702MW로 아침 계산값보다 1,281MW 적었다. 수요가 1,800MW 더 오고 공급이 1,300MW 덜 오면서 예비력은 전망보다 약 3,100MW 줄었다. 주간계획은 이날을 주말처럼 61,200MW로 잡아 예비율 43%를 예상했다. 실제 수요는 그보다 14,000MW 넘게 많았다.
9월 21일 이후 22일 가운데 20일, 실제 저녁 수요가 아침 전망을 넘었다. 평균 초과폭은 약 810MW인데 12일은 그 두 배를 넘었다. 9월 24일(+2,301MW) 다음으로 큰 차이다.
19%가 위험한 숫자는 아니다. 지난해 여름 최대수요 날인 8월 25일 예비율은 9.4%였다. 다만 그날 공급능력은 105,011MW였고 지금은 9만MW 아래다. 9월 중순 평일만 해도 공급능력은 10만MW 안팎이었다. 정부는 9월 19일부터 11월 15일까지 가을철 수급 대책을 운영하며 발전기 정비 일정을 이 시기에 맞추고 석탄발전 운영을 줄였다. 수요가 적은 계절에 맞춘 공급 위로 한여름 같은 하루가 얹히자 여유가 한꺼번에 얇아졌다.
비 온 화요일, 정점은 오전 10시
13일 아침 전망은 최대전력 발생 시간을 오전 10~11시로 잡았다. 그동안 아침 전망은 거의 매일 저녁 6~7시를 가리켰다. 서울 낮 기온 예보는 21℃로 전날보다 9℃ 가까이 낮다. 그런데도 최대전력 전망은 73,500MW로 주간계획보다 2,100MW 높다. 공급예비력 전망은 16,483MW(22.4%)로 9월 10일 이후 평일 아침 전망 가운데 가장 적다. 전날 세운 최저(17,383MW)를 하루 만에 다시 낮췄다.
| 항목 | 주간계획 | 아침 당일전망 | 차이 |
|---|---|---|---|
| 최대전력 | 71,400MW | 73,500MW (10~11시) | +2,100MW |
| 공급능력 | 91,724MW | 89,983MW (계산) | -1,741MW |
| 공급예비력 | 20,324MW | 16,483MW | -3,841MW |
| 공급예비율 | 28% | 22.4% | 약 -5.6%포인트 |
열쇠는 햇빛이다. 전력거래소 실시간 화면에서 같은 오전 10시 25분을 견주면 나라 전체가 쓴 전기(총수요)는 두 날이 비슷하다. 다른 것은 그중 발전소가 떠안은 몫(시장수요)이다. 맑았던 12일에는 지붕 위 자가용 태양광과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한 태양광(전력구매계약, PPA)이 전력시장 밖에서 약 11,800MW를 대 줬다. 비가 온 13일 같은 시각에는 그 몫이 약 2,900MW였다. 빠진 8,800MW가 거의 그대로 발전소 몫으로 넘어왔다.
| 항목 | 10월 12일 | 10월 13일 | 차이 |
|---|---|---|---|
| 총수요 (시장 밖 태양광 포함, 추정) | 74,896MW | 76,458MW | +1,562MW |
| 시장수요 (발전소가 감당한 몫) | 63,136MW | 73,510MW | +10,374MW |
| 총수요-시장수요 (시장 밖 태양광 등) | 11,760MW | 2,948MW | -8,812MW |
| 서울 기온 (최고/최저) | 29.8℃ / 19.9℃ | 21℃ / 17℃ | 최고 -8.8℃ |
총수요와 시장 밖 태양광은 전력거래소 실시간 추정값이다. 서울 기온은 실시간 화면 표기이며, 기상청 최종 기록으로 12일 최고기온은 30.1℃다.
13일 시장수요는 오전 10시 20분에 이미 73,520MW로 아침 전망치에 닿았다. 그 시각 공급능력은 92,017MW, 공급예비율은 25.2%였다. 발전소는 석탄 약 27,100MW, 원자력 약 20,800MW, 가스 약 20,200MW를 내고 있었다. 맑은 날 한낮 수요를 덜어 주던 태양광이 구름 낀 날에는 그만큼을 발전소에 되돌려 놓는다. 하루 정점이 저녁이 아닌 오전에 오는 까닭이다.
경보선까지 남은 거리
전력거래소 경보는 두 기준을 쓴다. 공급예비력이 5,500MW 밑으로 가면 '준비'를 건다. 그 아래 '관심'부터 '심각'까지는 몇 분 안에 꺼내 쓸 수 있게 붙잡아 둔 여력(운영예비력)이 4,500MW 밑으로 갈 때부터다. 13일 운영예비력 전망은 9,875MW(13.4%)다. 10월 5일(9,701MW), 10일(9,807MW)과 비슷한 수준이고 경보선까지 5,000MW 넘게 남았다. 줄어든 것은 그 바깥, 당장 돌리지 않아도 불러낼 수 있는 발전기다.
한국수력원자력 운영 화면은 13일 오전 10시 30분 원전 26기 가운데 19기 운전, 원자력 발전량 20,754MWe를 보였다. 8일 한울 4호기가 돌아온 뒤 기수가 그대로다. 공급능력이 줄어든 몫은 원전에서 나오지 않았다. 어느 발전기가 정비에 들어갔는지는 전력거래소가 공개하지 않는다.
찬 공기가 내려오는 수요일
기상청은 14일 아침 기온이 5~14℃로 13일보다 5~10℃ 낮아진다고 내다봤다. 냉방 수요는 빠지고 난방 수요는 아직 본격적이지 않은 시기다. 주간계획은 14일 최대전력 70,900MW, 공급능력 91,226MW, 공급예비력 20,326MW(28%)를 잡아 두었다. 15·16일에는 공급능력이 94,000MW대로 늘어 예비율이 34%로 오른다. 이번 주 공급 계획은 지난주 같은 요일보다 2,200~6,500MW 낮다. 계획이 날씨를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면 남은 평일 저녁 여유는 20,000~24,000MW 사이다. 12일처럼 날씨가 계획을 벗어나면 그 여유는 하루 만에 수천MW씩 줄어든다.
확인하지 못한 것
- 13일 하루 최대전력 확정치와 발생 시각은 14일 실적표에 오른다. 이 글의 13일 값은 아침 전망과 오전 10시 25분까지의 실시간 값이다.
- 12일 시간대별 태양광 발전량은 실시간 화면에 13일 분만 남아 있어, 12일 시장 밖 태양광 몫은 총수요와 시장수요의 차이로만 셈했다.
- 공급능력이 9월 중순보다 약 1만MW 줄어든 데 어느 발전기 정비·정지가 들어 있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.